대한민국 사회에서 대학 졸업, 결혼, 공무원 시험 합격, 출산, 육아라는 지극히 평범한 길을 지나왔다. 아이들이 제법 커서 학교에 다니니 이제야 나 자신을 좀 더 들여다볼 만한 틈새의 여유가 생긴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내 정체성에 관한 질문이 고개를 다시 들기 시작할 때 [인디 워커]라는 책을 만났다.
나는 그저 ‘직장인’으로, 고정적인 월급과 안정적 직업적 위치를 확보한 상태로 국가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다. 내가 아는 나는 성취 지향적이고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지프 캠벨이 말하는 타인이 시키는 대로 하면서 사는 소멸된 ‘황무지’라는 현실에 갇혀, 살아있음을 경험하는 존재 상태인 ‘블리스’를 꿈꾸고 있었다. 쳇바퀴 도는 직장 생활 속에 내 전문성과 정체성은 늘 답보상태였다. 왜 일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방향과 동기를 알기 어려운 생각에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나이 오십이 되기 전 무언가 이루거나, 어디론가 더 세차게 나아가고 싶은 내 안의 욕망은 방향성이 없었다. [인디 워커]를 읽고 숨통이 트인 것은, ‘일’, ‘직장’, ‘경력’ 등의 벗어날 수 없는 굴레와 무게감에 갇힌 나로부터 진짜 ‘나’를 꺼내올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인디 워커]는 눈에 보이는 실천 방법들로,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내 필살기를 좀 더 강하게 키우는 훈련을 하라고 나를 부추겼다. 내 업무와 관련하여 관심을 두고 있던 여러 분야 중, 내가 좀 더 흥미와 재능을 가진 쪽으로 에너지를 집중하기로 했다. 또한 오랫동안 고민해오던 대학원 진학을 호기롭게 접었다. 미래 사회의 길목에서 더욱 풍요롭게 변모 중인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교육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워라밸’을 위해 ‘칼퇴’를 외치며 직장의 물리적 공간을 박차고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났다. 오히려 직장 안에서의 직업인으로서의 과정이 내 삶에 균형을 가져다준다고 느끼게 되었다. 나를 재창조하는 ‘오티움’으로 하는 취미활동은 직업과 구분된 영역이 아닌 내 전문성을 차별화시켜줄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갖게 되었다.
[인디 워커] 책을 덮는 마음이 가볍다. 출구로 향하는 여정의 미궁. 단거리 경주가 아닌 긴 여정의 슬로 커리어로 향하는 길. 오늘이 그 출발하는 첫째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