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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승오 박

내 경력은 어디서부터 꼬인걸까



많은 직장인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그런데 가만 보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찾거나 부족함을 채우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 일이 자신과 안 맞다고 불평하는 데 에너지를 소모한다. 새로운 탈출구를 찾아 이직을 하기도 하지만, A의 경우처럼 막연히 찾은 새로운 일이 자신에게 적합할 리 만무하다. 매년 여러 채용 전문 업체에서 집계하는 통계는 이직자 10명 중 6명이 이직을 후회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보여 준다. 특히 그중 4명은 입사 3개월 내 조기 퇴사한다. 퇴사 사유에 대해 10명 중 6명은 업무 내용 때문이라고 답했고, 이는 대인 관계 문제가 원인인 경우보다 훨씬 높다. 실제 업무가 본인이 생각했던 내용과 많이 달랐던 것이다.


그뿐인가. 신입 사원의 퇴사율 또한 몇 년째 고공행진 중이다. 기업들이 밝힌 최근 몇 년간 신입 사원 평균 퇴사율은 49퍼센트다. 바늘구멍을 뚫고 입사한 신입 사원 둘 중 하나가 1년 안에 나간다는 말이니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취업 전에는 직장에 못 들어가서 안달하고, 직장에 들어가면 못 나가서 안달한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퇴사하는 이유는 연봉이나 상사에 대한 불만보다 업무에 대한 불만이 단연 높다. 20대들 사이에서는 ‘취업 끝, 퇴사 준비 시작!’이라거나 ‘퇴준생’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회사에 들어가지 못한 취준생보다 회사에 다니는 재직자들의 불안이 더 크다. 왜일까? 적어도 취준생들에게는 희망이 있다. 지금은 힘들지만 이 터널 끝에 출구가 있으리라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재직자들은 직장 생활 이후의 전망이 쉬이 그려지지 않는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도 너무 늦은 나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일상은 활력을 잃는다. 단테가 『신곡』에서 묘사한 지옥의 문 입구에는 ‘여기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릴지니’라고 적혀 있다. 희망이 없는 곳이 지옥이다.


직장을 다닐 때 나를 가장 우울하게 했던 노래는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 / 아쉬움이 쌓이는 소리 / 내 마음 무거워지는 소리’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노래였다. 실제로 심장마비가 가장 많이 발병하는 요일은 월요일이다. 월요일 아침에 기대감으로 출근하는 직장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 회사에 갓 들어갔건 몇 년을 다녔건, 또 몇 번을 옮겼건 대다수의 직장인은 자신의 직무에 만족하지 못한 채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들 대부분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비전은 흐릿하고 보람은 적고 보상도 신통치 않아서 떠나고 싶어 한다. 그렇게 수많은 직장인이 표류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에 대한 불만은 잘만 쓰면 ‘변화의 절실함’을 스스로에게 설득하기에 좋은 재료다. 궁즉통(窮則通), 어려워야 비로소 지금 변화할 수 있는 절실한 힘을 갖는다. 다만 이 절실함은 방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방향을 가질 때에만 힘은 유용한 원동력이 된다. 힘에 방향성을 실어 주는 것이 바로 ‘나’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하는 자기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청소년 시절, 우리가 진로를 정하기 위해 가장 먼저 질문한 것은 ‘무슨 직업(what)을 가질까?’였다. 우리에겐 너무나 많은 선택지들이 놓여 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선택권은 자유가 아닌 혼란과 무기력을 초래한다. 이른바 ‘선택의 역설’이다. 우리는 몇 천 개나 되는 직업에 대해 제대로 알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부모와 교사, 선배 등 주변 사람의 말과 언론을 통해 접하는 사회적 유행에 휘둘린다. 가령 ‘앞으로는 변리사가 괜찮다던데……’라는 식의 단편적 정보로 후보 직업을 정하곤 한다. 이어 그 직업을 얻는 방법(How), 어느 대학, 어떤 학과를 가서 무슨 자격증을 따야 하는지 고민한다.




이런 방식의 맹점은 내면에서 출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주입된 꿈은 열정을 주지 못한다.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서서히 ‘왜(why)’라는 질문이 고개를 든다. 열심히 노력해서 원했던 변리사가 되었다고 해도, 몇 년이 흐르면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 거지? 나랑 잘 맞지도 않는데’라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많은 직장인들이 ‘369 법칙(입사 후 매 3년마다 반복되는 퇴사 고민)’을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공허감의 원인은 본질적인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우리는 거꾸로 질문해야 한다. ’What’에 대해 질문하기 전에 먼저 ‘Why’에서 시작해야 한다. 왜 나는 그 일에 끌리는지, 왜 그 사람처럼 되고 싶은지를 묻는 과정에서 나라는 존재가 서서히 드러난다. 모든 진로 탐색은 바로 그 ’나’에서 출발해야 한다.(그림 4 참조) 중요한 질문이 외부가 아닌 내면 깊은 곳에서 움틀 때 비로소 우리는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수 있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표류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내면에 뿌리 내리지 않은 채 유동하는 외부에 시선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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