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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승오 박

슬로 커리어, 말만 그럴 듯 하다?



슬로 커리어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자립(自立)’이다. 이것은 조직을 떠나 창업하는 독립과는 구분된다. 인디 워커는 조직 안에서도 자립적으로 일을 주도하며, 문제 해결에 앞서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할 줄 안다.


우리가 어떤 일을 진행할 때에는 What(문제/기회 포착)–How (방법 도출)–Do(실행)–Check(결과 검증)의 단계를 거친다. 이 중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 What이라 할 수 있다. 대다수의 지식 근로자는 How에 집중하는 데 비해 최고 경영진은 What을 통찰하고 결정한다. 최고의 선수가 최고의 감독이 되는 경우가 드문 것처럼 일 잘하는 실무자가 훌륭한 경영자가 되는 건 아니다. How와 What은 관점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두 관점의 차이는 공부 study와 연구 research에 비유할 수 있다. KAIST의 연구실에서 선배들을 보며 나는 성적이 출중한 사람이 반드시 좋은 논문을 쓰는 게 아님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 공부는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면 그만이지만, 연구는 문제 자체를 도출하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공부가 답습의 영역이라면, 연구는 개척의 영역이다. 여기에서 스페셜리스트와 프로페셔널이 갈린다.


스페셜리스트는 How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었지만, 스스로 일을 만들어 기회를 창출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프로페셔널은 스스로 기회를 발굴해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 경영 부문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관리자들은 조직 운영에 대한 방법을 알고 실행하는 행정가이지만, 실제 사업체를 경영할 수 있는 사업가인 경우는 드물다. 인디 워커는 일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자립력을 갖춘 사람이다.


슬로 커리어, 말은 그럴 듯하지만 성공하기 너무 어렵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렇다면 패스트 커리어로 성공하는 것은 쉬운가? 이미 살펴본 것처럼 임원으로 승진하는 직장인은 극소수이다. 1억 이상의 고액 연봉자 역시 4.3퍼센트에 불과하다. 게다가 화려한 직장 경력을 가진 이들 가운데 조직의 울타리를 벗어나서도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경우도 드물다. 제아무리 억대 연봉을 받았어도 퇴직 후 할 일이 없다면 인생 평균 소득은 턱없이 낮아진다. 오히려 급여는 덜 받더라도 확실한 실력을 쌓아 퇴직 후에도 꾸준히 번다면 전체 소득이 훨씬 높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슬로 커리어로 성공할 가능성은 패스트 커리어의 성공 확률보다 결코 낮지 않다. 분명한 건 슬로 커리어가 오래 성장하는 길이라는 점이다. 다만 인디 워커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나의 씨앗이 꽃을 피우기까지 사계절의 순환이 필요하듯 인디 워커 또한 성숙의 과정을 거쳐야 하며 꽃피는 시점 또한 각자의 리듬마다 다르다. 슬로 커리어는 자신의 속도대로 무르익어 가며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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