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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승오 박

'워라밸'은 과연 시간 배분 문제일까?




미국의 유명 소설가 메리 로버츠 라인하트 Mary Roberts Rinehart는 본래 전업 주부였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절이었다. 아이가 셋이나 있었고,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어머니를 보살펴야 했으며, 여기에 경제 위기로 인한 투자 손실로 많은 빚까지 더해진 상황이었다. 그녀는 글을 써서 푼돈이라도 벌어 보자는 심정으로 낮 동안 틈틈이 시간을 내어 글을 쓰고 밤에 아이들이 잠든 후에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로 펜을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글 쓰는 시간은 그녀를 더 피곤하게 하지 않고 오히려 생활에 활력소가 되었다. 글을 쓸 때 가장 창의력이 넘치고 그동안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충만함을 느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열중한 그녀는 죽을 때까지 50여 권의 소설을 남겼다.


‘워라밸’은 단순히 일과 생활의 시간적 배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나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조직에서 독립한 사람들은 대부분 직장에 있을 때보다 더 오랜 시간 일을 한다. 게다가 대체로 초기에는 수입도 더 적다. 직장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 모두 전보다 좋지 않으니 실패한 걸까? 그렇지 않다. 진정한 워라밸은 시간의 양보다 질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많은 이들이 워라밸을 원하지만 실제 일상에서 만족스러운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워라밸이라는 말 자체가 오티움을 커리어에 접목하거나 꼭 오티움이 아니더라도 본인에게 잘 맞는 일을 가지고 독립한 사람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이들은 직장인이었을 때와 달리 일과 생활의 상당 부분이 자연스레 겹치기 때문이다.



요컨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일과 생활의 교집합이 많아지게 된다. 그 이유는 일하는 시간과 나를 위한 시간을 따로 구분할 필요가 크게 감소하는 데 있다. 이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벌고, 동시에 그 시간 동안 스스로 성장하는 재미를 만끽한다. 한번 생각해 보라. 왜 워라밸이 그토록 중요한가? 워라밸의 진짜 목적은 ‘칼퇴근’이나 ‘저녁이 있는 삶’ 그 자체가 아니라 보람과 행복으로 충만한 일상에 있다. 그래서 워라밸은 내가 타인을 위해 일할 때 중요도가 높아지지만, 자신을 위한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중요도가 낮아진다.


어떤 사람들은 일과 취미를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출근하여 외투를 벗으며 동시에 자신의 영혼도 한 꺼풀 벗어 걸어 놓는다.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지만 그 안에 영혼의 기쁨은 없다. 퇴근길에 외투를 입으며 동시에 벗어 둔 영혼도 다시 걸친다. 진짜 인생은 퇴근 이후부터다. 낮과는 다른 존재가 되어 상대적으로 짧은 밤을 불태우듯 보낸다. 이렇게 인생을 분리하여 사는 걸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문제는 갈수록 직업과 존재의 괴리감이 커지고 피로는 계속 누적된다는 점이다. 점점 소진되는 에너지를 보충하지 않으면 결국 번아웃에 이른다.


나란 존재가 충만하게 살아 있는 워라밸로 가는 길 중 하나는 일과 여가의 교집합을 키우는 것이다. 우리는 직업과 취미를 연결함으로써 차별적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일상 또한 싱싱해진다. 인간은 자기창조 욕구가 있어서 본인이 원하는 삶을 만들고 싶어 한다. 오티움을 하나 찾아서 꾸준히 가꿔 보라. 기쁨으로 반짝이는 자기 세계 하나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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