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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승오 박

인디워커가 되려면 세 가지를 훈련하라




고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싯다르타는 문득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하고 싶어 세상 속으로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유명한 상인 카마스마비 앞에서 면접을 본다. 상인이 묻는다.


「당신은 빈털터리인데 도대체 무얼 줄 수 있단 말이오?」

「누구나 자신이 가진 것을 주지요. 전사는 힘을 주고, 상인은 상품을 주고, 선생은 가르침을, 농부는 쌀을, 그리고 어부는 물고기를 주지요.」

「지당한 말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줄 수 있는 건 무엇이지요? 당신이 배운 것,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저는 사색할 줄 압니다. 저는 기다릴 줄 압니다. 저는 단식할 줄 압니다.」

「그것이 전부인가요?」

「저는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의 한 장면이다. 세속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은 하나도 몰랐던 수행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사색하고, 기다리고, 단식하는 일뿐이다. 그럼에도 그가 보통 인물이 아님을 알아본 카와스마비는 그를 고용한다. 싯다르타는 장사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지만 침착하고 안정적인 태도를 가졌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았다. 그는 상인이든 채무자든, 부자든 거지든 차분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고 그들이 원할 때는 조언해 주며, 선물을 베풀고 때로는 속아 주기도 했다. 그 결과 사업은 번창했다. 게다가 싯다르타는 하루에 한 끼만 먹었고 고기나 술은 입에 대지도 않았으며 많은 급여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카마스마비는 그를 점점 총애하게 되었으며, 모든 중요한 용건을 그와 상의하기 시작했다.


단 하나, 카마스마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싯다르타가 장사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싯다르타는 장사를 일종의 유희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에 대해 하루는 카마스마비가 언짢게 화를 내자 싯다르타는 ‘제가 당신의 사업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제 길을 갈 것입니다’ 하고 덤덤히 말할 뿐이었다. 상인은 싯다르타에게 ‘당신은 나, 이 카마스마비의 빵을 먹고 사는 것이오’라고 설득하려고 했으나 허사였다. 싯다르타는 자기 자신의 빵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싯다르타는 인디 워커의 모범을 보여 준다. 인디 워커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빵을 먹는다. 일에서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며 스스로 배우고 익혀 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일한다. 이런 직장인은 의외로 많다.


TBWA의 광고인 박웅현이나 월드비전의 구호 전문가 한비야,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명인이지만 여전히 월급을 받으며 직장인으로 일하고 있다. 제일기획의 광고인이었던 최인아는 퇴직 후 ‘최인아 책방’을 냈고, 중앙일보 기자이자 논설위원이었던 이나리는 여성 커리어 성장 플랫폼인 ‘헤이 조이스’를 창업했다. PR컨설팅사 에델만 코리아를 나온 김호는 ‘더에이치랩’을 설립하여 저술과 코칭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20년 가까이 회사를 다니며 자신의 전문성을 심화했다.


이런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 인디 워커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 영업팀 김○○ 대리에게 조언을 구해 봐’, ’기획서 쓰는 거 어려우면 ○○팀 이 과장한테 물어봐’. 이렇게 회사 내에서 한 분야의 전문가로 통한다면 그는 이미 인디 워커다. 묵묵히 자신의 잠재력을 담금질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조금 더 심화하고 확장한다면 그는 퇴직 후에도 독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인디 워커가 되려면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할까? 싯다르타는 여기에서 세 가지 능력이라 답한다.

첫째, 사색하는 능력이다. 눈을 내부로 돌려 자기 안의 빛나는 씨앗을 발견한다. 질문을 통해 자기 자신이라는 풍성한 재료를 스스로 탐색하는 것이 인디 워커의 첫 번째 능력이다. 자신을 깊이 아는 사람은 결코 무너지는 법이 없다. 싯다르타는 지식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한 가지(타인의 마음을 편안히 해주는 것)를 알고, 그것으로 고객의 마음을 감동시켰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교활한 여우와 다소 모자라지만 하나에 집중하는 고슴도치의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은 언제나 고슴도치다. 가장 잘하는 일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사색을 통해 자신의 핵심 역량을 분명하게 알 때 승리는 굳건해진다. 다음 장에서 자신의 핵심 역량을 발견하는 방법을 다룰 것이다.


둘째, 기다릴 줄 아는 능력이다.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했다고 해서 섣불리 퇴사하기보다는, 회사에서 능력을 심화하며 때를 기다린다. 돈을 벌면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는 매력적인 학교다.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리더십을 훈련할 수도 있고, 협업을 배우고 비즈니스의 기본기를 익힐 수도 있다. 사색만으로는 자신에 대해 깊이 알 수 없다. 현장에서 거듭 부딪히며 단련할 때 보다 분명하게 자신의 심층을 볼 수 있다. 3장에서 우리는 회사를 도장(道場) 삼아 전문성을 심화하는 방법을 논하게 될 것이다.


인디 워커의 마지막 핵심 능력은 단식할 줄 아는 것이다. 불필요한 욕망을 절제함으로써 두려움을 이긴다. 가령 돈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고정비를 줄여 생활의 손익분기점을 낮춰야 한다. 존재욕과 소유욕을 현명하게 구분하면 큰돈을 쓸 필요가 없어져 소비도 자연스럽게 줄어 든다. 소비뿐만이 아니라 불필요한 활동, 소모적인 관계, 걱정과 불안, 생활 패턴 등을 단순화함으로써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단식은 두려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4장에서 우리는 두려움을 직시함으로써 필요 이상의 욕망에 연연하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자신을 깊이 알고 때를 기다리고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능력, 세상에 이보다 더 중요한 능력이 또 있을까. 이 세 가지를 갖추면 직장 생활이 보다 자유로워진다. 회사를 나와 이직을 하거나 창업을 해도, 큰 두려움 없이 시작할 수 있다. 사색하고, 기다리고, 단식하는 세 가지 능력을 통해 우리는 인디 워커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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