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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승오 박

'작은 실험'이 갖는 위대함



(이전 글에 이어)


천직 발견의 마지막 단계는 슬로 커리어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탐색하고 인터뷰한 모든 것을 바탕으로 ‘작은 실험’을 해보는 것이다. 처음부터 일을 크게 벌이기보단 위험 부담이 적은 소규모 프로젝트를 가볍게 시작한다. 앞서 나를 찾아온 B의 경우처럼 강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교육 부서에 요청해서 신입 사원의 지도 선배나 사내 강사로 활동해 보거나, 사내외 행사에서 발표를 해볼 수 있다. 광고나 영상 기획자가 되려는 사람은 거창한 촬영 장비 없이 스마트폰으로 몇 가지 콘텐츠를 촬영하고 편집하여 유튜브에 업로드해 본다. 작가를 꿈꾼다면 블로그나 브런치 같은 글쓰기 플랫폼에 글을 쓰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제대로 꽂힌 큰 한 방 전에 수많은 잽이 있듯이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잡 Job에도 여러 번의 잽 Jab이 필요하다.


벤처 투자가였던 피터 심스는 애플이나 아마존 같은 혁신 사례들을 연구한 끝에 이들이 공통적으로 취하는 한 가지 전략을 ‘리틀 베츠 Little Bets’라고 명명했다. 그에 따르면 놀라운 혁신은 처음부터 거대한 프로젝트로 시작된 경우는 별로 없고, 다만 여러 차례의 작은 시도를 하여 성공한 사례들이 대다수였다. 심리학자 존 크럼볼츠는 계획적 우발성 이론 planned happentance theory을 발표했는데, 그의 연구에 따르면 커리어의 80퍼센트 이상은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 좌우한다. 즉 계획적으로 커리어를 만드는 대신 개방적인 자세로 이런저런 시도를 할 때 기회가 찾아온다. 이 두 가지 이론을 종합하면 커리어야말로 ‘작은 실험’에 딱 맞는 주제다.


작은 실험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것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기까지 9천 번 이상의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만일 1만 가지의 방법을 시도했는데 모두 효과가 없다고 해도 나는 실망하지 않는다. 한 가지 방식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질 때마다 한 발짝 전진한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작은 실패는 어떤 경우든 다음 단계를 위한 중요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얻는 작은 성공은 큰 자신감을 제공한다. 가령 폴 고갱은 증권 회사를 다니던 30대 초반, 몇 번의 전시회를 열었고 평단의 좋은 반응을 얻었기에 35세의 매우 늦은 나이에도 전업 화가로 나설 수 있었다.


작은 실험은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다. 모든 씨앗이 좋은 흙에 자리 잡는 것은 아니며, 안착한 모든 씨앗이 싹이 트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씨앗들 가운데에서 거대한 나무로 성장하는 것들도 있다.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세상을 향해 가볍게 씨앗들을 날리는 것이다. 대부분은 아스팔트에 떨어져 죽겠지만 일부는 흙에 떨어져 싹을 틔울 것이다.


네 단계의 커리어 퀘스트의 끝은 다시 처음으로 이어져 원형의 사이클을 만든다. 여러 실험으로 알게 된 자신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바탕으로 다시 질문하고 공부하고 사람을 만나는 과정을 반복한다. 처음에는 크게 돌아가던 원이 깊어질수록 좁아져 점점 하나의 초점에 맞춰진다. 이 지점이 당신의 천직이다. 이 사이클을 유념하고 각 단계에 충실할수록 당신의 천직으로 가는 길은 뚜렷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부 하나. 혹시라도 ‘나를 찾기 위해 퇴사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적극적으로 말리고 싶다. 커리어 탐색은 일과 직접적으로 부딪히며 자신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다. 현장을 떠난 사색은 기쁨을 줄 순 있지만 통찰을 줄 수는 없다. 퇴사하여 무언가를 깨달았다고 해도 다시 현장에 돌아오면 전혀 생각지 못한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번아웃으로 단지 쉬고 싶은 것이라면 온전히 쉬는 데 집중하는 게 낫다. 천직을 찾고 싶다면 일과 병행해야 한다. 책을 읽지 않는 작가가 없고 TV를 모니터링 하지 않는 방송인이 없듯이 인디 워커는 일을 하면서 잠재력을 실현한다.


현장에서 일하면서 ‘질문-독서-만남-실험’이라는 사이클에 자신을 대입해 보라. 내가 소홀히 여기고 있는 활동은 없는지, 단계를 뛰어넘고 성급히 진행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면 점점 천직에 접근하게 될 것이다. 사색 없는 실행은 위태롭고, 실행 없는 사색은 공허하다. 사색과 실험의 담금질을 거듭할 때 인디 워커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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