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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승오 박

코로나 이후, 직장인이 맞이할 변화


많은 미래학자들이 지적하듯 코로나가 바꾼 것은 흐름의 방향이 아닌 ‘속도’다. 코로나는 없던 흐름을 만들어 냈다기보다는, 이전부터 존재하던 트렌드의 속도를 훨씬 빨라지게 하고 있다. 언택트 기술의 비중이 큰 4차 산업혁명은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다. 나중에야 세상에 나올 것으로 예측했던 기술들이 속속 상용화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인공 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 역시 빨라지고, 네트워크를 통한 ‘연결의 경제’ 역시 유례없이 확장될 것이다. 코로나로 많은 사상자가 생김에 따라 인간의 수명은 일시적으로 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의료 및 제약 분야가 급성장함에 따라 인간 수명의 증가 속도 역시 이전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경제는 급성장하는 분야와 폭락하는 분야로 나뉘는 ‘K자형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의료, 제약, 유통, 전자상거래, 원격 산업 등은 성장하는 반면, 대면 서비스와 해외 여행 등의 분야는 워낙 크게 상처를 입어서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개인의 소득 역시 서비스업, 영세 중소기업, 자영업에 주로 종사하는 이들, 그중에서도 하위층의 소득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어 양극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흑사병이 봉건주의를 해체하고 공화정의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새로운 정치 체제가 등장하리라고 예측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것은 코로나19의 원인이 인간의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자본주의 때문이라는 반성에 기반한다. 자본주의는 그냥 풀어 놓으면 인간을 잡아먹는 야수가 된다는 의미의 ‘야수 자본주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새로운 체제가 등장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현재 시점에서 코로나는 가공할 만한 위력을 떨치고 있다.


그런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우리가 꼭 이해해야 할 점은 거시적 전망보다는 우리 개인의 직업에 대한 미시적 예측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직장인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무엇보다 근무 형태가 유연해질 것이다. 재택 근무를 위한 기술적 환경은 코로나 이전에 이미 구축되어 있었지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 이후에도 치명적인 전염병의 습격이 잦아진다고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활 방식은 한 번 바뀌어서 익숙해지면 변화가 끝나더라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직종에 재택 근무가 가능한 것은 아니며, 재택 근무의 효과성에 대한 논쟁 역시 진행 중이다. 하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재택 근무를 해도 업무에 큰 지장이 없음을 알게 되었으며, 나아가 비용과 만족도 측면에서도 장점이 많음을 실감했다. 일례로 SK텔레콤이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재택 근무에 대해 ‘평소와 비슷하거나 더 효율적’이라는 답변이 63.7퍼센트였다. 불필요한 회의가 줄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의견도 많다. OECD 1위를 달리는 출퇴근 시간(수도권 평균 1시간 55분)이 재택 근무로 사라지면 삶의 만족도는 크게 높아질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재택 근무는 장점이 많다. 임대료와 유지비 등 여러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져 이직률이 낮아지고, ’워라밸’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도 매력적인 기업이 될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상반기 ‘일하고 싶은 기업’에는 SK와 카카오 등 코로나 이후 공격적으로 재택 근무를 도입한 기업이 높은 순위로 올라갔다. 게다가 지리적 한계를 벗어나 전국의 인재들을 끌어모을 수 있고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우수 인력을 고용할 수도 있다.


직원도 원하고 회사도 이익이라면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일찌감치 재택 근무를 도입한 트위터의 CEO 잭 도시는 직원들에게 ‘원한다면 무기한 재택 근무를 해도 된다’고 발표했으며,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역시 ‘10년 안에 전 직원의 절반이 원격 재택 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택 근무의 확산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아울러 물리적 거리는 심리적 거리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재택 근무의 확산은 사람들의 직장에 대한 충성도를 느슨하게 하는 동시에 보다 다양한 고용 형태를 제공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안타깝게도 대량 실업은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국내에서 2020년 11월 기준 실업 급여를 받은 사람은 60만 명으로 전년 대비 1.5배에 달한다. 그나마 9월부터 코로나가 다소 진정되어 떨어진 수치다. 게다가 이는 고용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통계로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종사자 등은 빠져 있다는 점에서 실제 고용 충격은 훨씬 더 크다. 미국의 경우는 더 심각해서 2020년 7월 기준 신규 실업자가 전체 노동 인구의 20퍼센트를 넘는 4000만 명에 육박한다. 5명 중 1명이 코로나로 인해 직장을 잃었다는 말이다. 코로나로 인한 실업과 고용 불안정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설마 회사가 날 자르겠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회사를 믿기보다는 스스로 대안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많은 회사들 역시 초유의 사태에서 헤매고 있으며 매출이 급감하면 직원부터 줄이려 들 게 뻔하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인류가 코로나로 인해 미증유(未曾有)의 사태에 처했으며, 코로나 이후의 경제는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IMF나 금융 위기 등 이전의 경제 불황은 구조가 멀쩡히 있는 상태에서 몇 가지가 바뀌었던 반면 코로나 이후 경제는 수요와 공급, 소비의 구조가 모두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깜깜이 미래’를 대하는 최적의 방법은 ‘결단’이다.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 말한 바 있다. 확실한 전문성을 쌓아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전문성이 중요한 이유는,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건 결국 내가 제일 잘하는 것으로 승부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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