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워커로 성장한 사람들은 비슷한 패턴을 통해 자신의 천직에 접근한다. 이들은 처음에는 질문을 통해 자신을 탐색하고 관련된 책을 읽고 정보를 수집한다. 그 후 현장으로 가서 그 일을 직접 하고 있는 전문가를 만나 힌트를 얻어 프로젝트성의 작은 실험을 반복한다. 이 과정을 ‘커리어 퀘스트 Career Quest’라고 부르자. 여기서 질문과 독서는 사색의 영역, 만남과 실험은 실행의 영역이다. 안으로 성찰하고, 밖으로 행동하는 사이클을 반복함으로써 보다 ’깊은 나’에게 다가갈 수 있다.
커리어 퀘스트는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질문’을 통해 내면을 바라보는 단계다. 무엇보다 종이 위에서 생각하기를 추천한다. 종이에 적을 때 산발적인 생각들이 정리될 뿐만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숙성되어 스스로 길을 찾는다. 소망과 재능, 가치관에 대한 다음의 질문을 진지하게 사색해 보라.
1) 소망: 나는 무엇에 살아있음을 느끼는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2) 재능: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가장 빛나는 재능과 개발된 능력은 무엇인가?
3) 가치관: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직업에서 중시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북아메리카의 인디언은 특별한 성인식을 갖는다. 12세 전후의 아이는 마을을 떠나 홀로 깊은 숲속으로 간다. 열 개 남짓 돌을 주워 주변에 동그랗게 둘러놓은 후 자리에 앉아 며칠간 꼼짝 않고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어떤 일로 부족에 공헌할 수 있는가?’ 등과 같은 일련의 질문으로 며칠을 보내고 나서 나름의 답을 안고 부족으로 돌아온다. 비전 퀘스트Vision Quest라 불리는 이 의식을 통해 소년은 확실한 방향성을 가진 어른으로 변모한다.
당신도 한 달 정도 위의 질문들과 함께 생활해 보라. 아침에 깨어나서 하나의 질문을 품고 일하며 밤에도 같은 질문을 안고 잠드는 것이다. 질문에 집중하면 불현듯 중요한 실마리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면 꼭 기록하고 모아 둔다. 이렇게 쌓인 것들이 서로 연결되고 통합되면 질문은 해답의 길로 접어든다. 세 가지 질문을 당분간 삶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청문사(聽問師)는 ’질문하고 경청하는 스승’을 의미한다. 스스로에게 그런 스승이 되어 보자.
두 번째는 ’책’을 통해 삶의 이상을 만나는 단계다. 머릿속의 모호한 생각이 개념과 사례를 만나면 뚜렷한 장면으로 각인된다. 질문이 홀로 생각하는 것이라면, 독서는 작가와 함께 생각하는 과정이다. 책을 통해 나의 독자적인 생각이 무르익고 아이디어가 샘솟으며 때로 영감을 주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혹자는 커리어에서는 실행하는 게 중요할 뿐 책은 쓸모없다고 말하는데, 책만 중시하는 입장만큼이나 편협한 생각이다. 독서에는 삶을 바꾸는 힘이 있다.
투자가 워런 버핏은 대학교 3학년 때 벤저민 그레이엄이 쓴 『현명한 투자자』를 읽고 그를 찾아가 제자가 되고 함께 일하며 가치투자에 눈뜬다. 헨리 소로는 스무 살에 에머슨의 『자연』을 읽고 월든 숲에 오두막을 짓고 생활하며 마음으로 꿈꿔 온 삶을 시작한다. 그가 쓴 책은 바다를 건너 인도의 간디에게로 이어져 간디의 핵심 철학인 ‘사티아그라하(비폭력 저항 운동)’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감을 주게 된다. 한 권의 책이 갖는 힘은 이토록 위대하다.
‘독서’ 단계에는 하나의 함정이 존재한다. 책을 읽고 ‘알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가장 위험하다. 책을 보고 꿈에 부풀어 현실을 등지는 순간 꿈은 몽상으로 전락한다. 지나친 몽상가는 세상에 맞서 외로운 투사로 고군분투하다 추락하곤 한다. 가령 세상 어디에도 없는 완벽한 직업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지식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만남’이다. 커리어 퀘스트의 세 번째 단계다. 책을 읽고 사색하다 보면, 워런 버핏과 헨리 소로가 그랬듯 마음이 끌리는 분야나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게 관심이 가는 분야에서 실제 일하고 있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가 만나야 한다. 만약 그가 책을 출간했다면 출판사에 연락하면 연락처를 얻을 수 있다. 대중 강연이나 SNS, 유튜브 등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만남을 요청할 수도 있다. 비슷한 주제를 공부하는 인터넷 카페나 위즈돔, 온오프믹스 등의 모임 플랫폼에 올라온 모임들도 활용할 수 있다.
만나서 확인해야 하는 건 두 가지, ’무대 뒤’와 ‘새로운 무대’다. 먼저 화려한 무대 이면에 가려진 무대 뒤의 어둠과 고충, 그 무대에 서는 데 필요한 자격 요건 등을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그 분야 속의 새로운 무대(직무)들에 대해서도 확인해야 한다. 보통 ‘영화 분야’라 하면 배우, 감독, 시나리오 작가만 떠올리지만 그 안에는 특수 분장가, 촬영지 섭외가, 전문 번역가 등 엔딩 크레디트를 가득 채울 만큼 다양한 역할들이 존재한다. 처음 생각과는 달리 의외의 직무를 발견할 수도 있다. 심층 인터뷰를 하듯 그 분야의 다양한 무대들을 충실히 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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